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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0 나침반 막장 의회
  2. 2009.03.09 [나침반]누가 이들을 내보내나
  3. 2009.01.19 <나침판> '면목'
기사모음2009.04.20 17:23

막장 시의회

대전시의원들은 의정비 등으로 연 5508만 원을 받고 있다. 요즘같은 경기 불황에 고액 연봉자인 셈이다. 시민들을 대신해 대전시가 제대로 행정을 하도록 감시·견제하고 민의를 전달해 달라고 주는 돈이다.

하지만 시의원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든다. ‘막장'이라는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한 대한석탄공사 사장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시의회에 대해서는 '갈 데까지 갔다'는 의미에서 '막장 의회'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시의회는 지난 1년여 동안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지난해 7월에는 후반기 의장 선거 과정에서 부정투표 의혹이 제기돼 법원 판사가 출장을 나와 시의회 사무실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하는 수치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의장직을 놓고 의원들이 패를 갈라 ‘감투싸움’을 벌이며 빚어진 일이었다. 결국 의장 선거 감표위원을 맡았던 김태훈 의원이 투표 과정에 불법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부정투표를 통해 선출된 김남욱 의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비주류 측 의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사퇴 요구가 빗발쳤고 김 의장은 수 차례의 말 바꾸기로 의회를 혼란에 빠뜨린 후에야 지난달 사퇴를 표명했다. 의장이 사퇴 표명을 하기까지의 과정은 한 마디로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다.

의원들의 낙담상혼의 행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의회 교육사회위원회는 사설학원의 심야학습시간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정'에서 '익일 1시'로 시교육청의 제시안보다 연장했다가 '공교육 외면'이란 지역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교사위는 사회적인 파장을 감안해 시의회 사상 유례없는 '번안'을 의결, 원안으로 되돌리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즈음 되면 ‘의회 무용론’이 나올 만 하다.

의원들의 꼴불견 행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같은 달 말 시의회 산업건설위원들이 연찬회를 떠나면서 외부 여성 2명과 전직 시의원이 동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파문을 몰고왔다. 산건위 위원들은 파문이 확산되자 모르쇠와 거짓말로 일관했지만 숨길 수 없는 진실 앞에서 결국 시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이 파문은 시의회 윤리위에 회부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진행형이다. 요즘은 김 의장의 후임 의장 선출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 의원들이 이전투구에 빠져 좀처럼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장 후보인 심준홍 의원(대덕3)과 이상태 의원(유성2)은 극한 대결까지 가보자는 심산이다. 의장 선거를 앞두고 꼼수를 부리려는 기미도 보인다.

이들의 거침없는 행동은 시민들의 질타나 시민사회단체의 비난, 언론의 비판도 안중에 없는 듯하다. 때문에 의회를 이 지경으로 추락시킨 시의원들은 더 이상 시민들의 대표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TV 막장 드라마는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재미라도 있다. 그러나 시의원들의 막장 행태는 짜증만 유발시킨다. 시민들이 낸 세금이 아깝다는 비판이 거센 이유다. 이렇게 하고도 내년 지방선거에 또 다시 ‘시민들의 대표가 되겠다’며 자신들을 뽑아달라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 <이선우 정치부 차장>
Posted by 이선우
기사모음2009.03.09 14:50
2009년 03월 09일 (월) PDF 지면보기 |  21면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얼마 전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인사는 식사 자리에서 “대전에 어른이 없다”며 탄식했다.

지역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에 빠졌을 때 ‘조언(助言)과 고언(苦言)’을 들을 수 있는 어른이 없다는 것이 탄식의 요지였다.

이 인사는 “지역에서 ‘어른’이라고 칭할 수 있는 분들은 대략 이인구 계룡건설 회장과 변평섭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홍성표 전 대전시교육감(대전사랑시민협의회 회장) 등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대전의 어른들은 전부 어디로 갔나요?”라는 물음에 “모두 외지로 떠났다. 정계나 공직에서 물러나면 대전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시달린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객지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지역 어른이라면 홍선기 전 대전시장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홍 전 시장은 2002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후 대전을 떠났다.

대전에서 나고 자라서 평생을 공직에 몸담았고 2번의 시장을 역임했지만, 3선 실패 직후 고향을 떠나 경기도 분당으로 집을 옮겼다.

무엇이 홍 전 시장에게 70평생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대전을 등지게 해야 했나.

서울에서 활동하다가도 은퇴 후에는 고향으로 내리와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원로들도 많은 데 말이다.

몇 달 전 한 모임에 참석한 홍 전 시장은 당시에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유에 대해 논어에 나오는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이라는 말로 대신했다고 한다. ‘그 직위에 있지 않으면 정사를 논하면 안 된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홍 전 시장은 “내가 여기(대전)에 와서 시정을 얘기하면 그 분들(대전시장)에게 예의가 아니다”라며 “현직에서 물러난 사람은 행정이나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다”라고 전해진다.

한마디로 자신이 대전에 있으면 후배들이 불편해 한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오늘의 우리가 지역 어른들을 내쫓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은퇴 후 지역에 머물면 ‘혹시나 다음 선거 때 다시 출마하는 것은 아닐까’, 조언 한 마디 하면 ‘정치적으로 견제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곡해하는 못난 후배들의 시선이 홍 전 시장에게 부담이 된 탓이리다.

여기에 가만히 있어도 선거철만 되면 ‘XX파’니 ‘OO계열’이라며 패를 갈라 입에 재갈을 물리고, 안방을 가시방석으로 만드는 꼴이 싫었을 것이다.

비단 홍 전 시장뿐만 아니라 많은 ‘홍 전 시장’이 이런 저런 이유로 고향을 떠나 객지밥을 먹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그들에게 못되게 굴고 있는 것이다. 고향을 등질만큼 말이다.

이제라도 달라져야 한다. 그들의 충고를 곡해 없이 받아들이고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객지에서 머물고 있는 많은 ‘홍 전 시장’들도 이제는 고향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들은 어른들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그들의 지혜와 노하우를 훔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선우 정치부차장

Posted by 이선우
기사모음2009.01.19 13:26
[나침반]‘면목’없는 대전시의회
2009년 01월 19일 (월) PDF 지면보기 |  21면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紀)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초(楚)의 항우가 한(漢)의 유방(劉邦)에게 사면초가의 수세에 몰려 20여 기의 기마병만 이끌고 장강 기슭에 도착해 동쪽으로 오강(烏江)을 건너려고 할 때였다. 정장(亭長)이 배를 강 언덕에 대고 기다리다가 항우에게 말했다. "강동(江東)이 비록 작으나 땅이 사방 1000리이며, 백성이 수십만 명에 이르니 그 곳 또한 족히 왕업을 이룰 만한 곳입니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빨리 건너십시오. 지금 저에게만 배가 있으니 한나라 군사가 이 곳으로 온다 해도 강을 건너지는 못 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항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하늘이 나를 버리는 데 이 강을 건너서 무엇을 하겠는가? 또한 내가 강동을 떠나 서쪽으로 갈 때 강동의 젊은이 8000명과 함께하였는 데, 강동의 부모형제들이 불쌍히 여겨 나를 왕으로 삼아 준다고 한들 내가 무슨 면목(面目)으로 그들을 대하겠는가. 설사 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해도 내 양심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항우는 이 말을 한 후 부하들에게 모두 말에서 내려 걷도록 하고 짧은 무기만을 들고 싸움을 하게 했다.

이 때, 한나라 군사 중에 옛날 그의 수하였던 여마동(呂馬東)이 있음을 보고는 "내가 들으니 한나라 왕이 나의 머리를 천금과 만호의 값으로 사려 한다고 한다. 내 그대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리라" 하고 스스로 목을 찔러 죽었다.

여기서 ‘면목’이라는 말이 나온다. 항우는 천하를 얻겠다며 강동의 젊은이 8000명을 이끌고 나갔지만 모두 죽게 한 자신을 그들의 부모형제들이 용서한다고 해도 그들을 쳐다볼 낯이 없다는 뜻에서 면목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스스로 자기 잘못을 뉘우쳐 사람다움을 지켜 나가겠다는 뜻이리라.

요즘 대전시의회를 보고 있으면 ‘면목’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후반기 선거로 인한 계파 간의 갈등과 그 과정에서 빚어진 한 의원의 부정선거 의혹. 결국 부정선거 의혹은 벌금 500만 원이라는 법원의 선고로 확인됐다.

시민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한 것은 시의회의 태도다. 부정선거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시의회는 이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조차 없다.

오히려 ‘개인적인 일’이라고 애써 축소·희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모 의원은 “법원 판결문에 부정행위는 있었지만, 선거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했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여기에 김 의원의 사태를 빌미로 의회 주도권을 둘러싼 의원 간의 헐뜯기와 흔들기를 하려는 몰염치한 태도도 곳곳에서 엿보인다.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안 보려고 하고 보이지도 않는 듯하다. “죄송하고 정신 차리고 잘 하겠다”는 말 한 마디를 원하는 시민들의 자성 요구가 의원 나리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가보다.

항우의 말처럼 시의원들의 입에서 “설사 대전시민들이 불쌍히 여겨 앞으로라도 의회를 잘 끌고 나가라고 한들 내가 무슨 면목(面目)으로 시민들을 대하겠는가. 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해도 내 양심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말을 듣고 싶다.


Posted by 이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