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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9 [나침반]누가 이들을 내보내나
기사모음2009.03.09 14:50
2009년 03월 09일 (월) PDF 지면보기 |  21면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얼마 전 지역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한 인사는 식사 자리에서 “대전에 어른이 없다”며 탄식했다.

지역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에 빠졌을 때 ‘조언(助言)과 고언(苦言)’을 들을 수 있는 어른이 없다는 것이 탄식의 요지였다.

이 인사는 “지역에서 ‘어른’이라고 칭할 수 있는 분들은 대략 이인구 계룡건설 회장과 변평섭 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홍성표 전 대전시교육감(대전사랑시민협의회 회장) 등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대전의 어른들은 전부 어디로 갔나요?”라는 물음에 “모두 외지로 떠났다. 정계나 공직에서 물러나면 대전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시달린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객지생활을 하는 대표적인 지역 어른이라면 홍선기 전 대전시장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홍 전 시장은 2002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후 대전을 떠났다.

대전에서 나고 자라서 평생을 공직에 몸담았고 2번의 시장을 역임했지만, 3선 실패 직후 고향을 떠나 경기도 분당으로 집을 옮겼다.

무엇이 홍 전 시장에게 70평생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대전을 등지게 해야 했나.

서울에서 활동하다가도 은퇴 후에는 고향으로 내리와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원로들도 많은 데 말이다.

몇 달 전 한 모임에 참석한 홍 전 시장은 당시에 고향을 떠나야 했던 이유에 대해 논어에 나오는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謀其政)’이라는 말로 대신했다고 한다. ‘그 직위에 있지 않으면 정사를 논하면 안 된다’라는 의미일 것이다.

홍 전 시장은 “내가 여기(대전)에 와서 시정을 얘기하면 그 분들(대전시장)에게 예의가 아니다”라며 “현직에서 물러난 사람은 행정이나 정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다”라고 전해진다.

한마디로 자신이 대전에 있으면 후배들이 불편해 한다는 뜻이다.

어찌 보면 오늘의 우리가 지역 어른들을 내쫓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은퇴 후 지역에 머물면 ‘혹시나 다음 선거 때 다시 출마하는 것은 아닐까’, 조언 한 마디 하면 ‘정치적으로 견제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곡해하는 못난 후배들의 시선이 홍 전 시장에게 부담이 된 탓이리다.

여기에 가만히 있어도 선거철만 되면 ‘XX파’니 ‘OO계열’이라며 패를 갈라 입에 재갈을 물리고, 안방을 가시방석으로 만드는 꼴이 싫었을 것이다.

비단 홍 전 시장뿐만 아니라 많은 ‘홍 전 시장’이 이런 저런 이유로 고향을 떠나 객지밥을 먹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그들에게 못되게 굴고 있는 것이다. 고향을 등질만큼 말이다.

이제라도 달라져야 한다. 그들의 충고를 곡해 없이 받아들이고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객지에서 머물고 있는 많은 ‘홍 전 시장’들도 이제는 고향에서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들은 어른들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그들의 지혜와 노하우를 훔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이선우 정치부차장

Posted by 이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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