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모음2008.12.07 22:36
옛 요코하마 은행 ‘과거·미래 공존’하는 창조의 상징
Tokyo & Yokohama…근대 석조건물을 예술·문화창조 공간으로 성공 개조
2008년 10월 30일 (목) PDF 지면보기 |  11면 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글 싣는 순서>
1. 빛바랜 근현대의 기록,
대전지역 근현대사 건축물을 진단한다
2. 잃어버린 역사의 대변인들
3. 위기의 충남도청사
4. 국외 근현대사 건축물 활용 실태
원형 복원사례, 이축 보존 사례 중심
5. 국외 근현대사 문화유적 활용 실태 개수보존 사례 중심
6. 근현대사 건축물 활용을 위한 고민과 과제

홋카이도 구 본청사와 요코하마 정금은행 본점 본관이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박물관 등으로 활용한 사례라면, 일본 구(舊) 요코하마은행 본점 별관은 근대 건물의 이축 보존 사례의 예로 꼽힌다. 1929년 고대 로마의 신전풍으로 건설된 이 건물은 당시 제일은행 요코하마 지점으로 사용되었지만, 1980년에 요코하마은행 본점 별관으로 되었다. 원래는 현재의 바샤미찌(馬車道)역의 근처에 있어 요코하마 제2합동청사와 줄지어 세워져 있었지만 1995년 120m 정도 미나토미라이 방향으로 이동되어, 2003년 요코하마 아이랜드타워의 일부로 재현됐다. 비록 옛 건물을 그대로 옮겨오지 않고 당초 건물의 10분 1 정도에 해당되는 발코니 부분만 따 온 건물이지만, 현대적인 초고층 건물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 일본 최고층 건물인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와 옛 부두에 보존된 도크 가든은 과거와 미래의 조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창조의 상징, 요코하마은행 본점 별관
= 요코하마은행 본점 별관이 새롭게 조명받는 이유는 이축 보존된 배경 때문이다. 1853년 개항한 항구도시인 요코하마는 30여 년 전부터 낡고 쇠퇴한 도시 이미지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다. 화려한 옛 명성은 남아있지만 21세기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을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요코하마시(市)가 내놓은 방안은 미나토미라이(Minato Mirai 21) 사업. '21세기 미래의 항구도시'라는 뜻의 이 사업은 100여 곳의 지역자원을 문화관광지로 개발하는 작업부터 시작됐다. 도심을 양분하던 조선부지와 부두를 상업 및 문화지역으로 개발함으로써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들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 나갔다. 특히 요코하마시는 과거와 미래를 조화시키는 도시계획을 통해 문화도시의 가치를 구현해내는데 주력했다.

이 같은 노력은 일본의 최고층 건물인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와 옛 부두에 보존된 도크가든(dock garden)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30여 년의 미나토미라이 사업을 통해 하드웨어 구축에 성공한 요코하마시는 이를 발판으로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접어든다. 요코하마시가 주목한 것은 창조도시. '창조도시 요코하마(Creative City Yokoham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 작업의 중심에는 '뱅크아트(BankART) 1929'와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라는 문화예술단체가 서 있었다. 그리고 구(舊) 요코하마은행 본점 별관이 중요한 실험 무대 역할을 했다. 뱅크아트 1929는 1929년에 축조된 구 후지은행과 제일은행 등 근대 석조건물을 예술·문화 창조에 활용하는 방안이다. 요코하마시는 예술가들에게 활동공간을 지원하기 위해 옛 건물을 활용토록 했다.

아이랜드 타워의 일부에 재현된 요코하마은행 본점 별관은 고풍스러운 외모를 갖춘 예술인들의 공간으로 각종 전시행사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 도쿄 하라주쿠 인근의 오모데산도힐즈는 처음엔 아파트였으나 지금은 전 세계의 패션과 문화를 이끄는 곳으로 변신해 있다.

전시장 대표인 이케다 씨는 “현재 이 건물은 요코하마시 소유로 모든 예산을 지원하고, 비영리단체인 NPO법인이 관리를 하고 있다”며 “하루 200명~300명씩 연 1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갤러리를 찾는다”고 말했다.

근대 건축물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의 예술무대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쓰임 공간'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요코하마 트리엔날레는 일본 최대 규모의 국제현대미술전이다. 매년 세계 30여 개국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다. 과거와 현재가 적절하게 조화된 도시, 어느 곳에도 해변이 보이도록 계획된 스카이라인, 잘 보존된 역사 자원 등 도시의 외관은 도시 전체에 생기를 불어 넣어 곳곳에서 예술과 문화를 꽃피우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 하나의 창조, 오모데산도 힐즈
= 요코하마은행 본점 별관이 요코하마시의 철저한 계획으로 새롭게 탄생했다면, 도쿄 하라주쿠 인근의 오모데산도힐즈는 자연스러운 시대적 흐름속에서 근대 건물의 새로운 '쓰임 공간'을 만들어 냈다.

오모데산도힐즈 건물 역시 1927년에 지어진 근대 건물이지만, 지금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패션과 문화를 이끄는 곳으로 변신해 있다.

오모데산도힐즈는 81년 전 아오야마(靑山) 아파트로 처음 지어졌다. 이후 40여 년간 주거지역으로 남아있던 아오야마 아파트는 1968년 재건축에 착수됐지만, 논란을 겪어야 했고 1985년에야 아파트 관리조합법인이 설립돼 본격적인 재건축이 시작됐다. 이 시점이 아오야마 아파트의 운명을 갈랐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가 설계에 직접 참여한 것이다.

아오야마 아파트의 주요 골격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오모데산도 지역의 풍경과 어울리는 지상 6층 지하 6층의 공간으로 재창조해 냈다. 지상 3층에서 지하 3층까지의 6층은 상업시설로 만들었고, 동쪽과 동서쪽 상부 2층은 거주시설로 구성했다. 오모데산도힐즈의 내부 동선은 지하층에서 지상층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사선형 구조로 되어 있으며, 계단과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까지 4개 방식으로 각 층을 이동할 수 있다. 내부에는 명품, 고가품 위주의 상점이 입점해 있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창출하고 있다. 근대 건물의 재해석을 통해 사람과 자연, 건축물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오모데산도힐즈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글=이선우 기자 swlyk@cctoday.co.kr
사진=신현종 기자 shj000@cctoday.co.kr

   
   
▲ 1929년 고대 로마의 신전풍으로 건설된 옛 요코하마 은행 본점은 고풍스러운 외모를 갖춘 예술인들의 공간으로 각종 전시행사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Posted by 이선우